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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안 구봉산
책. 영화

현진건 '빈처'를 읽고

by 용띠 짱아 2024.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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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      복

-'빈처'를 읽고-

김주희/충남 공주여중 3년

 

 난 가끔 이런 생각에 빠지곤 한다.

'나는 미래에 과연 어떤 삶을 살게 될까? 한 인간이기 전에 한 여인으로서 삶은 어떤 것일까' 하는 것이다.

  동·서양을 통한 여인들의 삶은 모든 일에 순종하고 인내하는 삶이었다. 난 이 글 '빈처'의 마지막 쪽을 넘겼을 때는 마음 한 구석에 자그마한 물음표를 남겨 놓아야만 했다.

  오늘날 사회는 인류가 이룩한 고도의 문명 속에서 점차 복잡해지면서 물질을 모든 것의 척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 속에서 사람들은 황금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때 여인들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 가치관이 변하고 가치관에 따라 인고와 순종만의 삶이었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위한 삶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 글의 가난한 아내가 이런 현대인들의 눈에 비친 모습은 어떠할까 하는 의문인 것이다.

  다음 날의 아침거리를 장만하기 위해서 하나 남은 모본단(비단의 하나) 저고리를 전당국에 맡기고는 돈을 얻어야만 하는 가난한 작가의 아내. 이 가난한 아내를 위로하는 것은 남편이 언젠가는 성공하리라는 한 가닥의 희망뿐이어다.

  "당신도 좀 살 도리를 하세요." 하는 아내의 말에

  "차차 될 때가 있겠지."라고 마치 이 가난이 아내의 잘못인 양 생활의 책임을 아내에게만 맡기려는 듯한 남편의 무책임한 말. 이 말에 나도 이 남편이 무척이나 밉고 원망스럽게 느껴지는데 아내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그렇다고 무작정 가난을 남편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 당시의 시대적인 여건이 연약한 아내에게는 벅차다. 하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살 도리를 찾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그러면 가난이란 고통의 굴레를 조금은 벗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친정에서 사람이 찾아온다. 오늘이 바로 친정아버지 생신인 것이다. 

  빈곤한 생활에 시달린 아내는 자신의 친정아버지 생신까지도 잊어버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때 아내는 친정에 입고 갈 옷을 찾았으나 거의 모든 옷을 팔아버린 뒤였다.

다른 사람들은 비단옷을 입었는데  자신의 아내는 마땅한 옷이 없이 허름한 옷차림을 했을 때의 남편의 마음!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아픈 마음이었을 것이다. 남편은 처가에서 못 마시는 술을 넉 잔이나 마신다. 예술가의 결백성, 고독감 아니면 자신의 자존심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남편이 만취가 되자 장모가 인력거를 부르고 남편은 취중에도 인력거를 탈 돈을 자신에게 주었더라면 책 한 권이라도 살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남편에게 문학은 값비싼 보석보다 더욱 소중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이틀 뒤 처형이 비단 고무신을 사 아내에게 주고  가 버린다. 처형보다는 이 가난한 아내가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처형의 남편은 물질적 여유는 충분했다. 하나 이 부부의 사랑과는 비교할 수 없는 초라한 사랑이었으니 말이다. 고무신을 신고 마치 어린애처럼 기뻐하는 아내. 아내라 해서 물질에 대한 욕구가 없었을까. 다만 아내는 모든 욕구를 참아가며 아직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무명작가인 남편을 사랑과 정성으로 따르는 것이다.

  나는 이제까지 행복이란 두 글자를 아주 멀리 있는 것. 추상적인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 단편은 나에게 긴 장편소설보다 더 큰 무엇인가를 내 가슴에 심어 주었다.

  내가 얻으려는 행복의 파랑새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바로 내 생활인 것이다. 처형의 남편은 황금은 있었으나 황금으로 파랑새를 살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가난한 작가와 아내는 황금이 없어도 따뜻한 사랑이 있었기에 행복의 파랑새를 가질 수 있었다면 행복의 의미가 될 것이다.

  수백, 수천 년의 세월이 흘러도 가난이 우리를 괴롭힌다 해도. 우리에게는 사랑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기에 행복하다.

  그리고 어느 때, 사람들은 쓸 것이다.

  '서로의 믿음과 사랑이 무엇보다도 컸기에 우리는 행복한 사람을 살았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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