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된다는 토요일 아침
어제 저녁 소나기가 와서일까
바람이 선들선들
마음을 부추긴다.
일주일을 기다렸는데. . .
몸이 근질근질
뭔가 스멀스멀 기어 오르는 듯하다.
그래!
오늘은 진안 구봉산으로!!!
진안 일기 예보를 보니
오후 5시에 비 예보가 있다.
그래?
얼른 김밥을 싸고
배낭에 혹시 몰라
우비에 작은 우산까지 챙겨 집을 나선다.
내비게이션에 구봉산 주차장을 치고
도착하니 넓은 주차장이라 고만하지 않고
등산로 입구를 알려 주는 문구가 반갑다.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되고.
구봉산 정상까지는 2.8km
거리는 그리 멀지 않은가 보다.
구봉산 1봉에서 8봉까지 지나
마지막 9봉인 천왕봉을 찍고 내려오는 코스다.
그럼, 올라가 보실까요?
준비 운동하시고,
헛 돌! 헛 둘!
준비 됐으면 출발!!!
등산로는 이쪽으로 가라네요.
입구가 어디지?
할 때쯤 고맘게도 이정목이 서 있다.
구봉산 정상 2.6km
200m왔다.
평범한 진입로
이정도 쯤이야.
울퉁불퉁 돌계단이다.
경사도 만만치 않다.
통나무 계단도 꼬불꼬불 오르다 보니
2.0km
숫자가 줄어들수록 기대감은 오르고,
숨이 차오를 때쯤 쉬어 가라고
물이라고 한 모금 마시고 가라고
긴 의자가 기다린다.
그냥 가지 마시고
잠시 쉬어다 가세요.
얼굴이 벌겋게 상기될 때쯤
저 멀리 봉우리가 삐쭉 내민다.
구름다리도 살짜쿵.
조금만 참자!
저길 가 보는거야.
힘을 내 본다.
구봉산 1봉이 가까워 온다.
봉우리에 오르기가 어찌 쉬우리!
봉우리에 오르는 마지막엔
데크 계단은 기본.
드디어 구봉산 제1봉 688m
전망 감상하시고
2봉 가셔야지요.
오늘의 목표는 아홉 개 봉 찍는 거니까.
구봉산 정상쪽으로 가다보면
2,3,4. . .
계속 나오니까
정상을 향해 가시면 돼요.
데크 계단이네요.
2봉이 가까이에 있다는 뜻이겠죠?
한발 한발 천천히 오르세요.
지치지 않게.
구봉상 제2봉 720m
구름이 끼고 바람이 불어 산에 오르기는
땡볕보다 백배 나았지요.
전망 감상하셨으면
3봉으로 가셔야죠?
가시는 길
힘들다고 투덜거리지 마시고
고개 들어 멀리 바라보시고
한걸음만 쉬었다 가세요.
핸드폰 잠시 넣어 두시고
조심히 올라가세요.
놀이 동산에 왔다 생각하시고
어린아이 마냥 신나게.
구봉산 정상이 보이네요.
엄청난 높이의 데크 계단입니다.
반가우면서도
이젠 쬐끔 걱정도 되겠죠?
구봉산 제3봉입니다.
728m
봉우리가 점점 높아지네요.
바람이 부네요.
머리칼 흩날리며
올라갑니다.
한 숨 들이쉬고
올라서니
멋진 `구름정`이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정겹게 반기네요.
구름정은 제4봉에.
752m
구름정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니
흘렀던 땀이 바람에 날아가고
갑자기 오싹해지네요.
다시 앞길을 재촉하라고.
저 큰 봉우리를 향해 go go~~~
와우^^!
구봉산의 명소. 구름다리가
눈 앞에 나타나기 시작!
야~~~~~~~~
소리 한 번 질러 주시고
구름다리는 5봉과 6봉을 이어주는군요.
742m
바람이 점점 세게 불기 시작하네요.
다리도 덩달아 흔들흔들
내 다리도 덩달아 후들후들
콩알만해진 간뎅이
꽈아악 잡고
숨도 멈추고
건 너 갑 니 다
휴!!!
겁쟁이도 건넜습니다.
봉우리 하나 넘고
또 한 봉우리 넘고
넘고 넘는 재미가 있네요.
너무 겁내지 마세요.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는 그리 멀지 않아요.
6봉을 가는 길
데크 계단이 고속도로(?)처럼 뚫려 있네요.
잘 올라 가시라고.
그러게 구봉산 제6봉에 도착.
732m
자, 이제 7봉을 향해 갑니다.
멋지지요?
바위 위에 세워진 잔도길.
멀리서 보는 것과 다르지요.
낭떠리지 잔도길을 아슬아슬 올라서니
제7봉이 기다리고 있네요.
729m
8봉은 어떨지 가 보실까요?
8봉을 가는 길은
다리는 건너는데
다리가 다리인지도 모른 채
데크인냥 건너게 됩니다.
힘은 들어도
경치는 정말 좋네요.
땀을 닦을 도톰한 수건과 물은 필수!
계단 옆 자연 바위는
뭘로 보이나요?
혹시 멧돼지?
계단을 올라서니
봉우리 표지석이 있을 법한데
보이질 않네요.
그냥 가야하나?
망설이다 오른쪽으로 올라가 보기로 했어요.
바로 그 위에 얌전히 서 있네요.
놓치기 쉬우니
기억해 두세요.
구봉산 제8봉 780m
우선 전망을 감상하시고.
9봉인 천왕봉만 남았는데
빗방울이 하나씩 떨어지네요.
갈등이 이네요.
여기까지 왔는데. . .
어쩌죠?
가자.
천왕봉을 향해~~~
다행히 숲 속은 비를 막아 주네요.
천왕봉아, 기다려라!
비 사이로
숲 사이로
내려내려 가니
오랜만에 보는 평지길
구봉산 정상 500m
주차장은
정상까지 올라갔다 다시 내려와서
여기에서 내려갈 거예요.
천왕봉은
지금까지 8개의 봉우리와 다른
새로 시작해서 올라가야하는 봉우리예요.
다들 험하다 힘들다
그야말로 악산인데
괜찮아요.
500m잖아요.
한걸음씩 올라가다 보면
또 오르게 되어 있어요.
내려올 때까지
비가 참아 줘야 할텐데.
새들이 보금자리로 찾아 들어 오네요.
비가 오긴 오려나 봐요.
자, 계단 다시 올라가 보실까요?
잘 봐 두셔요.
내려 올 때를 위해
또 데크 계단을 올라
멀리 지나온 1,2,3,~~~8봉도 바라보며
용담댐도 바라보며
우뚝 솟은 산등줄기도 바라보며
오르다 보니
어느덧 정상 100m 전
와~~~~
정상 도착입니다.
하늘은 빈틈이 없네요.
구봉산 천왕봉 1,002m
구름이 내려 앉지 않은
아래 용담댐은 보이네요.
마이산도
무주 적상산도 보인다는데
아쉬웠지요.
갑자기 빗줄기가 뚝뚝 떨어져
도망치듯 내려오는데
이제야 올라오시는 분도 계시네요.
인사하며 내려옵니다.
올라왔던 돈내미재로 되짚어 내려갑니다.
내려갈 땐
조심조심!
비가 오니
미끄럼도 조심조심!
핸드폰은 잠시 넣어 두고
양손을 자유롭게
잘 잡고 내려 갑니다.
비가 오니 계곡에 물이 흐르네요.
미끄덩 조심하며
돈내미재에 왔네요.
상양명 주차장가지는 2.3Km
비가 제법 내려
우비 꺼내 입고 내려갑니다.
비 오는 날 산행이라. . .
또 다른 재미가 있네요.
천황암이라고 하는데
기도처인가봐요.
이쁘게 진주 머리핀도 얹어 있고
꽃도 꽃아 있네요.
이렇게 이쁜 상은 처음 보는 것 같네요.
매끄럽지 않은 돌계단을
비를 맞으며 내려오기란
여간 쉽지가 않네요.
행여 미끄러질까봐요.
빗방울 떨어지는 저수지에
하늘도 잠겼네요.
정상에서 이쪽으로 내려오는 길도 있나봐요.
발길이 많지 않은지 풀이 많습니다.
구름은 더 많이 내려 앉고
그 사이 무사히 내려왔네요.
꽉차게
꾹꾹 찍은 발자룩들!
구구절절 구봉산
9개 봉우리를 찍고
내려오는 길은
비가 와도 괜찮아요.
비옷 속 끈적이는 땀도 괜찮아요.
안 가 본 사람은 말을 하지 마세요.
말을 하고 싶다면 가 본 후에 하세요.
아홉개 봉우리는
보람입니다.
만족입니다.
기쁨입니다.
행복입니다.
또 다른 꿈입니다.
희망을 찾고 싶다면 한 번쯤 가 보세요.
가까운 곳에도
이렇게 멋진 곳이 있답니다.
천천히 가시면 왕복 넉넉히 4시간30분.
또 하나를 해냈구나 하는
뿌듯함이 기분 좋게 하네요.
남은 시간도
평안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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